말 재주, 글쓰는 재주가 전혀 없는 내가 산타에고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창피하지만 용기내어 내가 느낀점을 써 볼까 합니다.
4월 중순부터 시작해서 지금 8월 초까지 4개월동안 산타에고와의 하이킹 여정은 내 인생에 있어서 또 다른 전환점을 안겨준 의미있는 경험이었고 앞으로 함께할 여정이 중년의 내게 어떤 영향을 줄지 흥미진지하게 무척 궁금해진다.
올 5월 50세가 되면서 내 건강을 위해 뭔가를 하지 않으면 빼도 박도 못하게 각종 만성질환을 맞이할 거라는 위기감 때문에 이것저것 뭘 할까 알아보던 찰나에 산타에고와 인연이 닿아 처음으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첫 하이킹을 시작하게 되었다.
23년을 샌디에고에서 살면서 가족과 직장 중심의 생활로 한인들과의 교류는 제한적이었고 그런 생활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산타에고 회원님들과 하이킹할 때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면서 그동안 내가 잊고 있었던 한국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깨워주었고 그 정체성이 주는 편안함과 소속감은 내가 미국 생활에서 느꼈던 약간의 소외감을 확 날려 보내기에 충분했다.
산타에고 웹사이트는 멋지게 구성되어 있고 스케줄이 미리 나와 있으면서 쉽게 볼 수 있고 산행의 난이도, 거리, 소요 시간 등을 자세히 설명해 주어서 어떤 산행이 내 실력과 관심사에 맞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4개월 동안 15번의 트레킹을 통해 나는 매번 다른 경로와 풍경을 만나며 샌디에고 산은 멋이 없고 다 똑같다는 무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좋았던 건 산행이 힘들어도 혼자가 아니어서 좋았고 한국말로 누군가에게 내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고 산타에고 회원님들의 따뜻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너무 좋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건강을 위한 하이킹뿐만 아니라, 소중한 벗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을 누리기 위한 하이킹이 되었다.
처음에는 매주 같은 회원님들이 하이킹을 나오는 게 아니었고 얼굴도 대부분 가려서 누가 누군지 알아보는 게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이름도 알고 한 분 한 분 알게 돼서 산타에고에 더 가까워졌고 특별한 애착을 갖게 되었다. 그 애착을 갖게 해준 회원님들에 대해 내가 느낀 대로 간략하게 써 볼까 한다.
먼저 제이님은 산타에고의 리더, 대장, 중심, 중춧돌, 창시자, 존재 이유, 하나님, 칵테일하이커, 포토그래퍼 등등 수식어가 너무 많다. 난 제이님을 보면 칭기즈칸이 생각난다. 산타에고를 세계 최강 하이킹클럽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부터 남다르다. 이렇게 계속 간다면 제이님의 그 포부는 이뤄질 거라 믿는다. 회원님들이 제이님 결혼을 반대하는 이유도 알거 같다.
진규님과 조이님: 나이는 묻지마라, 신체나이는 나보다 훨씬 젊다라고 확신한다. 조이님은 여장부 스타일이신데 진규님을 대하는 거 보면 애교만점 현모양처.
케런님: 묻지마 여사님. 질문을 여러번 해도 답을 얻기가 쉽지 않다. 산타에고 초기 멤버. 느린거 같으면서도 빠르고 빠른거 같으면서 느린 케런님의 산타에고의 생존이야기가 재밌고 손재주가 좋으시며 산행에 대한 열정이 크다. 좋은 말 동무를 해줘서 내가 좋아하는 분 중 한 분.
제이드님: 산행할때 쉬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올라간다. 한 번 내가 쫒아 갈려다 숨이 차서 다음을 기약하고 포기 한적 있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 한의사로써의 신뢰가 많이 간다.
케빈님: 팬들이 많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언니같은 성향떄문에 팬들이 많은거 같다. 하이킹 수준이 상당하시다.
애숙님, 그래이스강, 캐시문: 3대 전설로 넘사벽이라고 얼굴을 몰랐을떄부터 이름을 많이 들었다. 이분들 수준 넘을 생각 하지 말라고 누가 귀뜸 해줬다. 여성파워가 자랑스러움.
브라이언님: 이분 또한 하이킹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백패킹 캠핑 경험담을 참 재미있게 잘 전해주시고 사진도 많이 보여주신다.
영식님: 나의 은인. 영식님 덕택으로 내가 산타에고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나의 좋은 스승님 같은 분이시다.
준님: 내가 제일 많이 산행 같이 하신분. 항상 그자리에 계신다. 항상 귀 기울어 주신다. 오랜 세월동안 온갖 풍파와 어려움을 견디며 멋진 자연경관으로 변해있는 제주도의 주상절리와도 같은 분이시다.
현주님: 운전을 잘 하신다고 한다. 여장부 스타일. 차분한 성격이 참 좋다. 웬만한 큰 산들을 다 도전하는 거 같다. 일사병, 발목부상에도 끄떡없다 그 다음주에 또 하이킹에 나와 계신다.
은정님: 예명 송마담. 나에게 처음으로 동갑이라고 말을 놓차고 했다. 너무 스스럼없이 다가와 줘서 많이 고마웠다. 온누리 하이킹 클럽 대장 그레이스 친구답게 하이킹 속도도 빠르고 말도 빠르다.
용덕님, 아이린님: 정토의 인연으로 존재 자체만으로도 친근감이 느껴지는데 하이킹 자주 안 나오신다.
송지혜님: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채송화 선생님 캐릭터가 실제 인물인줄이야. 거북이가 왜 토끼를 이겼는지 깨달게 해준 회원님. 느리지만 쉬지않고 끝까지 오르심. 이길수가 절대 없음.
용호님: 많이 수줍어 하시는데 하이킹 선두주자이심.
정란님: 최강 동안 나보다 훨씬 어린줄 알았는데 아닌걸 알고 깜짝놀랐음. 매우 다정하심. 방학이라 그런지 요즘 좀 뜨하심.
더 많은 회원님들이 계시지만 너무 졸리고 내일 출근도 해야 되서 여기서 멈춰야 될거 같다.
이 소중한 인연에 너무 감사하고 힘든 하이킹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즐거운 시간과 추억이 된다는 걸 알게해 준 산타에고에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우왕 내 이름도 있네용. ^^ 영광입니다. 소영님 칭찬 대장이시네요. 어쩜 그리 이쁜 칭잔을 해주시는지.. 감사합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