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물 보고 한번 와봤어요”
라고 얘기했지만 샌디에고에 오기 전부터 이 모임은 어떤 모임일까 궁금했다.
새로운 샌디에고에 정착하여 생활을 적응하기 한달,
블로그에 나온 샌디에고 대표 관광지를 다 가보기에는 2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차가 없는 뚜벅이였던 나는 주말이면 집 주변, 연구소 주변 지도를 펼쳐놓고 트레일이란 트레일은
나 홀로 걸어다녔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앞동산부터 샌디에고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동네 산까지 모든 게 새롭고 즐거웠지만 나 홀로 등산을 다니면서, 오이며 계란이며, 심지어 산 위에서 찐빵을 쪄먹는!! 이 산타에고 모임은 대체 어떤 모임일까 궁금증은 계속 커져만 갔다.
그렇다면 이 산타에고는 대체 어떤 모임인지 내가 한 번 가서 알아보자!
그날따라 용기를 내어 카풀이며 산행 신청이며 순식간에 모든 신청을 완료했다.
나의 노크에 친절한 산타에고 회장님께서 직접 응답을 주셨다. 내향성인 나에게 이 미지의 산행모임이 다소 걱정도 되었지만 알게 모르게 회장님의 인스타와 산행모임 게시글을 보며 홀로 내적 친밀감을 쌓아 온 터라 기대감이 더 컸다.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등산길에 나눠먹을 오렌지를 도시락 가득 까두고 기대감에 부풀어 잠이 들었다.
드디어 산행 디데이!
나의 첫 산타에고 산행은 whale peak이였다.
차로 달려 펼쳐진 사막의 모습은 내가 미국에 와있다는 것을 실감나게 했다.
다만…앞에 보이는 우리가 오를 산은 크고 작은 돌무더기만이 높고 가득해 보였다.
그날 하루 허리춤까지도 오던 돌을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르고 계속 올랐다.
큰 바위에 어울리지 않게 하나씩 올라가 있는 작은 돌맹이, 어색하게만 느껴졌는데 길을 표시해주는 이전 산행인들의 표식이라는 것을 알고는 산악인들의 마음씨에 감동을 받고, 나도 뭔가 멋진 산악인이라는 범주에 입문한 날이 된 것 같아 괜스레 즐거웠다.
그런 산악인들의 마음은 산타에고를 통해서 몹시 가깝게 서도 느낄 수 있었다. 길인 듯 아닌 듯 했지만 솔선수범 먼저 앞장서 살펴봐주신 덕분에 나는 작은 수고로도 최적의 길을 선택할 수 있었다.
올라가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은 그야말로 탁 트여서 가슴 턱턱 막히게 돌산을 오르던 피로감을 사르르 녹여주었다.
산에 오르는 고단함에, 광활하고 아름다운 산 풍경에, 정상에서 느끼는 성취감에, 함께 나눠먹던 간식의 에너지에, 산행 후 즐기는 한 잔의 취기에 그 다양하고도 알찬 즐길 거리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학원생의 걱정은 어느새 옅어져 가고 새로운 한 주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로 가득 채웠다.
모자도 마스크도 없이 사막 돌산을 쫄래쫄래, 폴도 없이 설산을 쫄래쫄래 온 이 어수룩함에도
산타에고 선임 회원분들의 이끌어주심에 무사히 2회차 등산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기회에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하며 신입회원 앞으로도 더 열심히 따라 다녀보겠습니다. 🌄
소연님 글에 매력이 톡톡 튀네요 ㅎㅎ 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단어 하나하나에 잘 묻어 있어서 글 읽는 내내 다시 Whale Peak 등산하는 것처럼 즐거웠습니다. 이미 과도한 경쟁으로 피터지는 삼행시, 사진 공모전의 레드 오션을 떠나 아무도 출품하려 하지 않는 산행 에세이 블루 오션에 오신 것은 정말이지 탁월한 선택이지 싶습니다. 이제 희수님만 정리하면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네요. 하하하.. 내가 뭘! 버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