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 대륙에서 가장 큰 산은Mount Whitney입니다. 전 세계 모든 하이커들이 항상 오르고 싶어 하는 버킷 리스트 상단에 위치한 이산은 14,505′의 높이에 20.9마일의 트레일, 6,646피트의 Elevation gain 그리고 평균 15시간 정도의 산행 시간으로 오늘도 그들의 도전을 망설이게 하고 있습니다. 시즌은 5월 1일부터 11월 1일까지이며 하루에 60장의 퍼밋만 발급하기 때문에 이 산을 오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무척 행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산타에고는 Whitney Mountain으로 이박 삼일 백패킹을 갑니다. 이번이 두번째 도전이며 고산지대의 압력을 좀 더 쉽게 적응하기 위해 하루 일찍 도착해 Whitney Portal Campground에서 1박을 하고 아침 일찍 등산을 시작합니다. 저녁 늦게 도착한 캠프 그라운드도 8,325 피트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벌써부터 숨 쉬는 게 힘이 듭니다. 하지만 지난 일 년간의 백패킹 경험이 도움이 되는지 몸은 금방 고산에 적응해 갔고 내일의 산행에 대한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잠을 청했습니다.
해가 뜨기 한참 전인 이른 새벽, 일행은 서둘러 산행 준비를 합니다. 오늘의 첫 번째 일정은 Alabama Hills에서 일출을 보는 것입니다. 이곳의 유명한 장소인 Mobius Arch는 둥근 아치 모양의 화강암 바위로 이 바위의 구멍을 통해서 보는 휘트니 마운틴의 모습이 장관입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저 멀리서 떠오르는 태양은 하이 시에라의 모든 산들을 붉게 밝혔으며 일행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자연의 경외감에 숙연해 짐을 느꼈습니다.
한참 뒤 도착한 휘트니 포탈은 산을 오르는 입구이며 마치 국경을 넘는 출입국 관리소 같은 느낌으로 가방의 무게를 잴 수 있는 저울, 무료 Wag bags들이 배치되어 있고 산행에 도움 되는 많은 정보들이 적혀 있습니다. 이곳을 지나자마자 풍경은 바로 하이 시에라의 아름다운 숲속으로 바뀌며 산의 반대편으로 저 아래에 보이는 데스 벨리의 풍경이 으뜸입니다. 삼일 전 내린 눈들을 부드럽게 밟으며 시작한 산행은 3시간 정도 진행되었으며 Lone Pine Lake에 도착해서 가벼운 점심을 즐겼습니다. 이곳 Lone Pine Lake는 일반인들도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이며 이곳 넘어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적절한 퍼밋이 필요합니다.
이 지역 이후로 산은 급격히 어려워지며 트레일은 돌길로 바뀌고 깎아지는 절벽들로 이루어진 구간을 지나야 합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쌓여 있는 눈은 점점 깊어지고 바람은 거세 산행이 힘들어지기는 하지만 중간중간 만날 수 있는 Outpost Campsite, Mirror Lakes 그리고 Consultation Lake의 아름다운 풍경에 위로를 받으며 산행을 이어갑니다. 그렇게 힘들게 도착한 Trail Campsite에서 일행은 캠프를 셋업하고 꿀 같은 저녁식사와 부드러운 위스키 한 잔을 즐긴 뒤 내일을 기약하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텐트의 천장이 붉게 물들어갑니다. 힘들게 눈을 비비며 나와본 하늘은 지금 막 떠오르는 태양빛에 마치 불타듯이 밝게 빛나고 있었고 그 빛들이 반대편에 위치한 휘트니의 정상이 부딪칠 때 일행은 탄성을 질렀습니다. 제가 세상에서 봐 왔던 일출 중에 단연코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일출을 감상하며 오늘 이 시간 바로 이곳에 서 있게 해준 신께 감사의 기도를 했습니다. 감동적인 일출 후 일행은 간단한 아침을 먹고 오늘의 산행을 준비했습니다.
오늘 산행의 시작은 악명 높은 99 Switchbacks 부터 시작합니다. 정확히는 97개의 스위치백으로 이루어진 이 구간은 12,000피트의 고지대의 특성상 희박한 공기와 두껍게 쌓여 있는 눈, 그리고 극도의 공포감을 이겨내야 하는 케이블 구간 등 이산을 오르는 하이커들의 기본역량을 테스트합니다. 안전을 위해 크램폰과 하이킹 폴, 그리고 날씨에 맞는 복장은 필수입니다. 마치 999개 같았던 이 스위치백을 지난 뒤 마침내 일행은 휘트니 산의 반대편에 도착했고 이곳부터 저 멀리 하이 시에라의 절경을 보며 산행을 이어 갑니다.
이미 몸은 고산증으로 인한 두통과 메스꺼움으로 당장 쓰러질 것 같지만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심장 뛰는 소리가 바로 이마 옆에서 대포 소리처럼 들리지만 눈을 들어 바라본 풍경들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워 한 걸음 한걸음, 걸음을 이어갑니다. 그렇게 꿈꾸는 듯 몽롱하게 산행을 한지 3~4시간 뒤 저 멀리 신기루처럼Whitney Shelter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 도착한 휘트니 마운틴의 정상은 마치 마법처럼 고산증을 한방에 날려 주었고 마침내 도착한 미국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 서서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앞뒤로 펼쳐진 숨 막히게 아름다운 절경에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보다 보니 왜 이토록 사람들이 이곳을 오르고 싶어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평소의 산행처럼 즐겁고 행복하지만 오늘은 조금 더 특별한 아름다운 추억을 하나 남기며 가슴 따뜻한 마음으로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합니다.
장소: Whitney Portal Rd, Lone Pine, CA 93545
예상거리/시간/ 난이도: 20.9 마일 (15시간 +/-) / 6,646 ft / 어려움
Mount Whitney Trail | AllTrails
https://www.alltrails.com/trail/us/california/mount-whitney-via-mount-whitney-trail?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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